블록체인, 글로벌 네트워크 컴퓨터
2017년 하반기는 암호화폐의 시기였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요 일간지에는 매일 비트코인과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이라 불리우는 비트코인외 코인들에 관한 기사가 실렸고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탈에도 시시각각 암호화폐에 관한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모바일은 커녕 컴퓨터와도 거리가 먼 소위 ‘아재’들이 사토시가 누구냐며 어디가서 살수 있냐며 잡코인들을 마구 사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블록체인은 크게 회자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워낙 암호화폐의 광풍이 강했기에 그게 어디서부터 시작했고 어떤 기술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비트코인의 광기가 주춤하면서 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에서는 이미 몇년전부터 리서치를 시작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단어입니다. 블록체인. 하지만 어디선가는 한번쯤 들어본 단어인거 같기도 합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 블록체인
블록체인은 인터넷에 기반한 기술입니다. 인터넷은 전세계적으로 연결되어(Connected)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터넷은 물리적, 논리적으로 구분이 안되는 어쩌면 가장 글로벌화된 인프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계층(Layer)으로 보자면 인터넷 위에 블록체인 기술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넷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보면 1983년 미 국방성은 초창기 아르파넷(Arpanet)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 및 안정성이 향상된 TCP/IP를 공식 프로토콜로 도입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현대적인 컴퓨팅 네트워크의 기본 구조가 갖춰졌으며 인터네트워크(Inter-Network), 즉 인터넷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네트워크를 연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기본 바탕에도 인터넷이라는 인프라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 컴퓨터 – 블록체인
블록체인의 기술적 설명은 차치하고 크게 두가지 시스템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단일장애지점(Single Point of Failure)이 없는 분산화된(Distributed)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전세계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무장애(Zero Down Time) 시스템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대의 금융시스템은 모두 단일장애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앙집중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4월 삼성SDS의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나 6시간 만에 진압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서버 운영이 중단되면서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습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Decentralized), 분산화되어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단일장애지점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글로벌 컴퓨팅 자원중에서 일부 파괴가 일어나더라도 계속 작동하게 됩니다. 소싯적 학교앞 문방구에 있던 ‘두더지 잡기 게임’과 비슷합니다. 망치로 계속 두더지가 나오는 곳을 두드려봤자 두더지는 죽지않고 계속 고개를 내밀죠.
두번째로 블록체인은 무장애 시스템입니다. 2009년 1월 2일 비트코인의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이 생성되었습니다. 그 당시, 첫 블록을 생성한 이는 사토시이지만 이 이후로 노드(Node)가 점점 많아지면서 지금까지 1만개가 넘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자간에 강력한 네트워킹으로 365일 24시간 죽지않는 그야말로 ‘좀비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비트코인은 최초 출시된 이후 비관론자들에 의해 항상 부침을 받았지만 무장애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10년째 블록체인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국내 모든 은행들은 매일밤 12시경 전산시스템 점검시간을 가집니다. 점검시간동안 결제, 정산, 청산 등의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로 인해 은행간 계좌이체나 체크카드 결제와 같은 인터넷뱅킹 업무가 중단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업무에 적용되면 이러한 장애시간을 없앨 수 있습니다. 전세계가 한날 한시 동시에 멸망하지 않는 한, 매시간마다 블록은 체이닝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업은 규제라는 명목하에 그동안 스스로의 담을 너무 높게 쌓아왔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그러한 노력들이 자기 함정에 서서히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되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전통적인 금융사의 문제점을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등장할 초연결사회에서는, 경직된 자세보다는 보다 유연한 자세가 필요해 보입니다. 블록체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과 협업하고 스타트업과 경쟁할 수 있는 포용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