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폐지만이 5G의 살길인가(1)
5G와 망중립성, Myth vs. Fact.
5G 시대를 맞아 망중립성 폐지를 외치는 통신사업자
여러분이 익숙한 망중립성은 망(network)를 운영하는 통신사업자가 트래픽을 전달할 때 트래픽의내용과 유형 등에 관계없이 속도를 차별하거나 아예 차단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망을 일종의 공공재로 분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망중립성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2010년 Open Internet Order를 통해 미국 망중립성 원칙의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을 제정하며 틀을 다졌답니다.
하지만 최근 5G 논의가 거세지며 통신사업자는 망중립성이 재검토되거나 폐지되어야만 5G 구축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LTE에서 5G로 통신 환경이 변하는 틈을 노려 망중립성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그렇다면 통신사업자가 주장하는 망중립성 유지의 근거들은 무엇일까요? 과연 그 근거들은 무엇이고 관련된 현재 상황은 어떤지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신사업자가 주장하는 망중립성 재검토 및 폐지 근거 vs. 현재 상황
① 5G의 핵심 기술 ‘네트워크 슬라이싱’ vs. 5G의 핵심 기술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통신사업자는 5G 시대 망중립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이유로 5G의 핵심 기술인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 기술을 꼽습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란 하나의 단일 셀에서 더 많은 네트워크 전송로를 수용하기 위해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다수의 독립적인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한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하면 기존에 하나로 존재하던 통로를 잘게 쪼개 여러 통로로 나눠 사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업자는 여러 개의 전송로를 통해 트래픽을 전송할 수 있어졌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로가 여러 개로 늘어난 것과 차별화가 가능해 져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슈입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본디 목적은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해 물리적인 망을 추가 설치하는 공수를 줄이고자 하는 것입니다. 기존에 설치해 놓은 망 만으로도 향후 IoT나 자율주행차의 네트워크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하나의 물리적인 망을 여러 개의 논리적인 망으로 만드는 것이죠. 즉,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이용하기 위해서 반드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논리적인 망별로 속도를 차등할 이유는 없습니다. 여러 갈래로 망을 나눈 이유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 아니라 트래픽 부담 분담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개념도]
출처: netmanias
또한 통신사업자는 5G 핵심 기술 중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만 망중립성 논의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기술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는 기존의 H/W 기반의 네트워크 장비를 S/W기반으로 변경하는 솔루션입니다.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도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과 같은 목적으로 통신사업자가 망을 운용하거나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5G 망은 고속(fast), 저지연(low latency)뿐만 아니라 망 부담 완화(more efficient traffic flow) 의 세가지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는 네트워크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답니다.
② 네트워크 투자 비용 분담 vs. LTE 통신기술 활용 및 필수설비 공유로 비용 절감 가능
통신사업자는 5G 네트워크를 구축함에 따라 투자되는 비용이 막대함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이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G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마스터 키는 통신사업자가 쥐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5G 투자에 최소 10조원이 필요하다고 예측하고 있으나, 이 10조 원은 LTE 상용화 시점의 설비투자비를 토대로 산출한 값이라고 합니다. 즉 LTE 망 구축을 위해 투자한 LTE 장비, 기지국 등을 고려하지 않은 예상치라는 것이지요. 비유하자면 새로운 고속도로를 설비할 때 가장 마지막 고속도로를 구축할 때의 예산안을 가지고 검토하는 셈이지요. 마지막 고속도로를 설비하기 전의 상황만 고려할 뿐 설비하고 난 후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는 셈입니다.
더불어 LTE에서 5G로 이동통신 세대가 변하는 시간 동안의 통신장비의 가격 인하, 네트워크 슬라이싱 혹은 네트워크 기능 가상화 등 통신기술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통신사업자는 5G 투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필수 설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5G에 쓰이는 주파수는 네트워크 커버리지가 기존 이동통신 주파수보다 짧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더 촘촘하게 기지국이나 중계기를 구축해 놓아야 할 필요가 생깁니다. 하지만 통신사업자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전주(전봇대), 관로 등 전기통신사업에 필수적인 유선설비를 포괄하는 필수 설비를 활용할 경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필수설비 개념도]
출처: 중앙일보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통신사업자간에 필수설비 공동구축을 활성화하는 제도 개선방안을 4월 12일에 발표했습니다. 다만 필수설비 이용대가 산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대가 산정 과정에서 통신사업자간 불협화음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만약 필수설비 공유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5G 구축시 최대 약 1조 원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1조 원은 통신사업자가 주장하는 5G 투자비의 10%를 통신사업자의 자산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To be continued…
커넥팅랩 민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