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충전, 어디까지 왔는가?
무선 충전, 어디까지 왔는가?
2010년대 초, Texas Instruments(TI)社가 처음으로 접촉식 무선 충전 솔루션을 소개하였을때,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유선 제품들을 무선으로 대체하는 일은 IoT 산업의 핵심이었고, 이를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블루투스 스피커 등 범용적인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였기에, 큰 시장이 창출 될 것은 물론 기존의 충전 방식을 뒤엎을 만한 혁신적인 기술로 기대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파나소닉, IDT, 인피니언 등과 같은 후발 반도체 업체들이 동시에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7년 이상 지난 지금, 업계에서는 이 무선충전 기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TI社에서는 3년넘게 새로운 로드맵 제품을 선보이지 않고 있고, 각 업체의 투자도 점차적으로 뜸해져 가고 있습니다.
TI社의 무선 충전 반도체 솔루션 : 출처 TI.com
2012년 LG 전자가 옵티머스 시리즈로 첫 무선 충전 스마트폰을 선보였지만 그 뒤로는 몇몇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술이 제한적으로 적용되었고, 아이폰은 2017년 아이폰8에 와서야 뒤늦게 무선충전 기능을 넣었습니다. 이 기술이 처음 소개된 시기의 관심과 기대에 비해 범용화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무선 충전에 대한 열기가 이렇게 빠르게 식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몇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변화시킬 정도로 무선충전이 충분히 편한 기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무선 충전 Receiver 가 이미 기본으로 내장된 핸드폰을 사용하면서도 실제 충전은 대부분 기존의 TA(Travel Adopter) 충전기로만 충전을 하는 사용자들이 많습니다. 가격이 몇 만원 가량 하는 무선충전 Transceiver 제품을 일부러 구매해서 집에 설치해놓기보다는 스마트폰을 구매할때 제품 박스에 같이 담겨있던 TA충전기로 충전해도 충분히 편리하고 충전속도도 더욱 빠릅니다. 전력 효율도 물론 월등히 높습니다. 초창기에는 무선충전기능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각종 커피, 편의점과 같은 매장에서 무료로 이용가능한 무선충전기기를 설치하는 시도들도 있었지만 사용자들의 패턴을 변화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무선충전의 원리와 종류
재미있게도 무선충전 기술을 가장 먼저 범용화한 분야는 스마트폰이 아닙니다. 필립스社에서 출시한 전동칫솔이 무선충전을 탑재한 전자제품의 첫 사례로 꼽힙니다. 전동 칫솔의 특성상 매일 충전을 해야하면서 반드시 방수(防水)가 되어야 하는 제품 특성때문에 무선충전이 꼭 필요했죠. 만일 이를 무선충전으로 구현하지 않고 충전 크래들에 외부로 노출된 충전 Pin이 있었다면 화장실 내부의 물기 때문에 감전/화재 등의 안전사고들이 끊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 당시는 반도체 회사에서 출시된 무선충전 솔루션이 없었기 때문에 필립스에서 자체적으로 구현한 discreet회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전동칫솔은 스마트폰에 비해서 충전 전류나 용량이 높지 않았고, 접촉식 충전형태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구현될 수 있었습니다.
무선충전의 기본적인 원리는 니콜라 테슬라를 통해 1890년에 이미 이론적으로 정립되었습니다. 무선충전기는 보통 전력을 보내는 Transceiver와 전력를 받는 Receiver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두 기기 안에는 자기장을 형성하고 받아들이는 코일이 내장되어있습니다. Transceiver는 외부로부터 공급받은 전력을 코일에 흘려보내면서 자기장을 형성하며, Receiver는 Transceiver에 의해 형성된 자기장을 자기유도 현상에 의해 받아들여 내장된 코일이 다시 전력으로 변환합니다. 즉 두 기기간에는 전력이 아닌 자기장을 주고 받는 구조로 되어있기에 무선으로 전력을 주고받는 일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자기장을 이용한 무선충전 기술은 자기유도와 자기공진 이렇게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자기유도는 현재 우리가 흔히 볼수 있는 “접촉식”충전기술을 뜻합니다. 자기유도방식의 장점은 공진방식 대비 코일의 소형과가 가능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무엇보다 극소 위치에만 자기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합니다. 다만 큰 단점이 하나 있는데, 자기장의 전달거리가 4mm정도로 매우 짧고, 코일위치에 정확히 올려두어야 충전이 되기 때문에 사용성에 큰 메리트가 되지 못합니다. 자기공진 방식은 “비접촉식” 충전방식으로서 장단점은 자기유도방식과 정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가장 큰 장점은 장거리에도 전력을 전송하는게 가능해서 사용자가 특정 방이나 장소에만 들어가면 휴대폰을 어디에 두던 상관없이 바로 충전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만, 이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방 전체에 자기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인체에 완전히 무해하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코일의 크기도 크며, 에너지 효율은 오히려 떨어집니다.
Wi-Charge 솔루션 출처 : www.wi-charge.com
자기장 방식이 지닌 한계때문에 업계에서는 빛을 이용한 무선 충전 기술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중에서도 적외선 레이저를 이용하여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는 와이차지(Wi-Charge)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있는데, 이는 동명의 이스라엘 스타트업 회사의 제품으로서, 인체에는 안전하면서 마치 와이파이처럼 방안에 있는 여러대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무선충전할수 있는 장비로서 최근 미국 FDA(식품의약안전청)으로부터 충전기 승인을 받았습니다. 최장 10m까지 전력의 전달이 가능하며, 5대 이상의 기기를 동시 충전하는게 가능하여, 2018년 CES Show에 처음 솔루션이 소개될 때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다만 거리에 반비례하여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점, 고 에너지 적외선 파장속에 노출된 인체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어려운점 등이 아직 기술적인 난제로 아직 남아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무선 충전기술은 기술적인 난이도 때문에 아직 보안해야할 부분들이 많은 분야입니다. 기술적으로 개선되어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성(인체에 무해할 것), 충전 거리 그리고 충전 효율입니다. 위에서 소개된 몇가지 무선충전 솔루션들은 각각의 장단점이 너무 분명하기에 범용화 되기에는 앞으로 갈길이 아직 먼 상태이지만 이런 문제들만 해결된다면 산업에서의 파급력도 가장 큰 기술이기도 합니다. ioT기기,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휴대용 헬스케어 제품등과 같이 충전이 필요한 전자 제품들이 우리의 주변에 점점 많아질 수록 건전지 또는 전자기기에 연결된 유선전력선을 모두 하나의 무선전력 송신기로 대체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래에 주변의 유선제품들이 모두 무선으로 교체되면, 더이상 책상뒤로 복잡하게 숨겨놓은 전선들이 없어지고 마치 플로피 디스크처럼 금방 고대의 유물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