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미세 공정의 마법에 대하여
지난 포스팅(DRAM 좀 주세요! 버퍼링 없는 아름다운 컴퓨팅 환경을 위해)에서 DRAM이 매번 전송속도를 높이면서 단가는 낮추는 반도체에서만 가능한 마법을 부려왔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런데, 그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진공관으로 부터 시작한 반도체는 트랜지스터(Transistor)라는 희대의 발명품을 통해 집적회로라는 형태로 제작되게 됩니다. 미국의 텍사스 인스투르먼트에서 최초의 집적회로가 잭 킬비를 통해 발명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 반도체 소자의 원리가 되는 실리콘 반도체의 p-n 접합의 원리가 발명되면서 집적회로가 태동했습니다.
모든 전자공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접하게 되는 전자회로 과목의 MOS(Metal-Oxide-Silicon) 구조와 MOSFET(Metal-Oxide-Silicon Field Effect transistor)의 발명 부터는 한국인이 있습니다. 당시 벨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고 강대원박사와 마틴 아탈라는 이 발명을 통해 기존의 BJT(Bipolar Junction Transistor) 보다 더 미세 공정에 적합하고 누설 전류를 제어하기 쉬운 트랜지스터 구조를 제안했고, 오늘날의 수많은 반도체 소자의 근본 형태를 이루게 됩니다.
(MOS 구조 소자의 한 예시)
(동일 비율의 단위 소자를 더 작게 구현하는 공정 미세화의 개념도 : 출처 위키피디아)
위 그림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진 단위 소자들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해당 반도체 제품의 기능이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에서는 기본 구성이 되는 저 소자의 근본 골격이 유지되므로, 모든 반도체 업계와 학계에서는 어떻게 하면 저 소자를 더 작고, 빠르고, 누설 전류를 적게 만드느냐에 대하여 수십년동안 연구해왔습니다.
이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위 3D 모양의 소자를 전체적으로 동일 비율을 유지하면서 크기만 작게 제조할 수 만 있다면 발열과 누설전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특성이 동일하게 구현된다는 원리입니다. 바로 이 원리를 이용해 “부품 제조 비용이 최소가 되는 복잡함은 해마다(나중에는 18개월→2년) 대략 2배의 비율로 증가해 왔다.” 라는 유명한 이야기가 등장했고, 이를 무어의 법칙, 혹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황의 법칙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0nm 미만의 소자가 상용화되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100nm 미만으로 진입하였고, 현재는 10nm 미만까지 작아진 소자를 제조하게 됨에 따라 극단적으로 높아진 난이도로 인해 결국 무어의 법칙은 폐기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미세 공정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메모리 분야에서는 1개의 트랜지스터와 1개의 캐패시터를 사용하는 DRAM과 플로팅게이트 트랜지스터를 사용하는 Flash Memory가 초고밀도로 집적화된 회로를 구성하기에 보다 용이하여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단위 소자를 집적시켜 더 높은 생산성과 고용량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왔습니다. 이런 미세 공정은 노광계를 포함한 반도체 장비 업체의 혁신, 같은 장비로도 더 효율적인 제조 공정 구조를 디자인하는 반도체 공정 제작 엔지니어들의 노력 등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반도체의 시장성이 튜링의 법칙에 따라 확대 되면서 생긴 이익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십-수백조 단위의 투자가 이루어진 덕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0nm 미만의 소자를 제조하는 것이 너무 어렵고, 누설전류를 제어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EUV (extreme ultraviolet) 광원을 이용한 초미세공정 뿐 아니라 Stack 구조나 3D 구조를 통해 미세공정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혁신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핀(Graphene)이나 유기반도체소자등 신소재를 발굴하여 실리콘 보다 더 효용성이 높고 응용가능한 분야가 더 많은 반도체 소자를 만들어내려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유기 반도체 소자의 경우에는 이미 AMOLED나 Flexible OLED와 같이 최신 스마트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로 개발이 진척되었습니다. 향후 더 다양한 폼 팩터 (Form Factor)로 반도체가 응용되기 위해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 꾸준히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니, IOT 시대의 반도체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