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시티폰인가? 스마트폰인가?

비트코인이 세상에 태어난지 횟수로 10년이 되었습니다. ‘아직 10살밖에 안됐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기술과 기업이 탄생하는 현시대에서 10년동안 살아남고 게다가 성장까지 하였다면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카모토 사토시의 백서 하나로 시작된 비트코인. 과연 90년대 짧은 기간동안 강렬하게 나타났다 한방에 사라진 시티폰이 될까요? 아니면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전 세계인의 관심과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스마트폰이 될까요?
블록체인 1.0 – 비트코인의 탄생
블록체인을 논하기 전에 비트코인을 다루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합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의 기반기술이자 블록체인 그 자체입니다.
모든 시스템은 무결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동안 금융기관들이 중앙통제방식의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해온 것은 시스템의 무결성 때문입니다. 집안에 중요한 문서를 놔두고 담장안에는 누구도 못들어오게 하여 담벼락을 점점 높이게 되었습니다. 그게 안전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외부 공격에 의해 만일 벽에 균열이 생긴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고 맙니다. 블록체인의 역발상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사토시는 모두가 공유하는 분산장부를 만들면 오히려 해킹에 안전할 수 있겠다는 것을 생각하고 실험에 옮깁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할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10분마다 블록이라고 하는 분산장부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렇게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한 것이 벌써 50만건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10년의 시간 동안 50만건이 넘는 블록을 생성하면서, 비트코인은 무중단(Zero Down Time) 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냈습니다. 무중단시스템이란 장애없이 영속적으로 구현가능한 컴퓨팅을 뜻합니다. 전세계 네트워크로 연결된 시스템이 10년 동안 제로 다운 타임없이 365일 구동되었다는 것은 블록체인의 무결성을 완벽하게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편,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블록체인은 출범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습니다. 비트코인은 중앙화된 화폐시스템의 반기를 드는 ‘폰지사기Ponzi Scheme’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2008년 9월 15일, 과도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합니다. 다음달 30일 사토시는 ‘Bitcoin :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 당사자간 직접 이루어지는 전자적 현금 시스템’ 백서White Paper를 발표합니다. 이는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 믿고 의지하였던 기존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항이자 본격적인 탈중앙화 실험이시작된 것입니다.
백서를 실행에 옮기면서 드디어 2009년 1월 3일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이 생성됩니다. 혹자는 ‘엔지니어들이 만든 장난감’이라고 폄훼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발명, 발견은 인간의 호기심과 실험정신에서 시작된 점에서 본다면 작은 시작이지만 위대한 시도였습니다. 비트코인의 특징을 보면, 설계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2140년까지 2100만개로 채굴mining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한 10-8승까지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어 한정된 채굴량을 보완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온라인 기반의 혁신적인 화폐시스템을 통해 블록체인은 점차 발전하게 됩니다.
블록체인 2.0 – 월드 컴퓨터를 향하여
2015년 7월 천재 프로그래머 비탈릭 부테린에 의해 개발된 이더리움은 기존 비트코인에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개념을 도입하여 블록체인의 기능을 확장하였습니다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이 지향하는 전자화폐 시스템을 뛰어넘어 새로운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블록체인 2.0이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혹자는 “스마트 계약이 더해진다고 뭐가 달라지지?”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계약, 즉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미래사회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물의 관계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신뢰의 중요성은 더욱 깊어지게 될 것입니다. 오프라인 중심에서는 직접 대면 혹은 공신력 있는 제3자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블록체인 2.0,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상에서 스마트계약이 가능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한 사람에게 “대출자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운행을 중지시키는 스마트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자동차 대출 계약 당시 계약코드를 생성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스마트키가 작동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비탈릭은 이더리움을 “튜링 완전(Turing Completeness)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진 블록체인”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튜링 완전 프로그래밍이란 세상의 모든 컴퓨터에서 이더리움을 구현하고 실행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무한 확장성을 가진다는 것과도 상통합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를 데이터화하여 전달하고 저장할 수 있는 제한된 형태라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의 기능뿐만 아니라 스마트 계약을 실행하는 플랫폼이 됩니다. 비유를 하자면, 비트코인이 “월드 뱅크”라면 이더리움은 “월드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으로서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ICO의 50% 이상이 이더리움의 ERC20 토큰을 기반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의 탄생은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으며 블록체인 3.0이라는 다양한 DApp들의 등장을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블록체인 3.0 – 우리 생활과 더욱 가까이
1세대 블록체인이 국가간 경계가 없고 다양한 금융활동이 가능한 월드 뱅크였다면 2세대 블록체인은 월드 컴퓨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합의된 코드를 통해 당사자간 계약을 만들어내고 신뢰를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3.0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요? 3세대 블록체인은 진정한 월드 플랫폼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이 출현하고 ICO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진정한 크립토 생태계를 구현하게 될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거품이 걷히면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해왔습니다. 블록체인이 시티폰이되어 사라지던, 스마트폰이 되어 우리 주변에 함께하던, 미래를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해보입니다. 시티폰이 없었다면 스마트폰도 없었을 것이고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어플리케이션도 없었을테니까요. 한단계 더높은 세상으로의 발전에는 변곡점Point of Inflection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 변곡점의 중심에 서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블록체인이 만들어가는 시대. 너무 기대되지 않나요. 어쩌면 우리 다음세대 아이들은 블록체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건가요. 따르거나, 이끌거나, 비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