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개발사들의 반란이 시작되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스마트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이야기됩니다. 그런데, 사실 스마트폰만으로 이 같은 새로운 ICT 환경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혁명은 바로 누구라도 쉽게 모바일앱을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가 등장한 2008년 이전에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것은 상당한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개발을 완료해도 적절히 마케팅하고 고객에게 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어려웠지요. 그런데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를 런칭하면서 이 같은 과정을 단일화하고 보다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바일앱 개발사들은 애플과 구글이 제시하는 일정 수준의 규정을 지키고 심사를 거친다면 (구글 안드로이드마켓, 즉 현재의 플레이스토어는 초기에는 심사가 없었습니다.) 바로 앱을 등록해 잠재고객들에게 노출시키고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로 인해 실로 수 많은 다양한 혁신적인 앱들이 등장하고 이들 중 일부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기업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도 앱을 개발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앱스토어와 만나면서 진정한 ‘스마트 혁명’이 시작!
(출처: 픽사베이)
다만, 애플과 구글은 관리비, 서버유지비, 심사로 인한 발생하는 비용 등의 이유로 판매액의 30%를 수수료로 가져갔습니다. 물론, 이런 수수료율이 적은 것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존에 이통사 포털을 통해 유통하던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었으며, 무엇보다 집객효과가 엄청났기에 앱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개발사들 입장에서는 일확천금의 꿈으로 수수료율에 대해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10여년이 흘렀습니다. 시장이 상당히 성숙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개발사들도 점차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30%의 수수료율이 좀 비싸게 느껴진 것이지요. 이로 인해 애플과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앱스토어 세금(appstore tax)’이라고 부르는 개발사들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앱 개발사들의 반란이 시작되었습니다. 수수료에 불만을 가진 일부 업체가 앱스토어와 구글-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우회하는 시도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업체가 게임과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서 거대 고객군을 갖고 있는 에픽게임즈와 넷플릭스라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픽게임즈, 게임앱의 자체 유통에 나서다
이달 초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9을 정식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노트9 발표회에서 언급된 사항 중에는 올해 안드로이드 게임의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포트나이트’가 노트9을 포함한 일부 삼성전자의 단말을 통해 먼저 제공된다는 내용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脫구글을 선언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출처: 에픽게임즈)
그런데, 포트나이트를 개발한 에픽게임즈는 이와 관련해 모바일앱, 특히 게임업계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은 또 다른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구글의 앱스토어인 ‘플레이 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직접 유통하겠다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의 독립을 선언한 것이자 구글에 대한 반란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하죠. 바로 30%의 수수료 때문입니다. 여러 이유를 대긴 했지만, 결국 구글에 수수료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안드로이드의 경우 플레이 스토어 외에도 국내의 원스토어처럼 독립계 앱스토어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이런 독립계 앱스토어들은 구글에 비해 낮은 수수료율와 구매자에 대한 리워드 등 개발사와 이용자를 위한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이들을 통해서 유통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수수료는 불가피하기에 에픽게임즈는 직접 웹을 통해 설치파일을 유통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
포트나이트는 PC나 콘솔, 그리고 iOS 버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고, 안드로이드 버전 역시 상당한 기대작이었기에 이 게임이 노트9 이외의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이용 가능한 정식 상용화 시점이 되면 엄청난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구글이 30%의 수수료를 거둘 수 없기에 에픽게임즈의 시도로 인해 약 5천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애플의 결제 시스템 우회 테스트 진행
에픽게임즈의 발표가 있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른 업체의 반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동영상 서비스 업체 중 하나인 넷플릭스가 아이폰 유저들에게 애플의 iTunes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한국을 포함한 33개 국가에서 시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안드로이드용 넷플릭스에서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이 같은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넷플릭스도 애플에 반기를 들었다
(출처: iTunes)
아이폰의 경우 안드로이드폰과 달리 애플의 AppStore를 거치지 않고는 모바일앱 설치가 불가능합니다. (영어로 표기한 것은 모바일앱 마켓플레이스를 의미하는 일반적인 개념의 앱스토어가 아니라 애플의 앱 마켓플레이스임을 말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넷플릭스는 앱의 유통 자체는 어쩔 수 없이 기존 AppStore에 의존하지만 30%의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결제 자체는 애플의 시스템이 아닌 웹을 통한 결제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특히 넷플릭스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에 어떻게 하든 매출과 수익률을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요즘 공유 이용자를 줄이는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사실상의 요금인상을 시도했는데, 이것도 이 같은 상황이 반영된 것입니다.
사실 애플에 반기를 든 업체는 넷플릭스가 최초는 아닙니다. 지난 2015년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가 애플에 반기를 든 적이 있습니다. 스포티파이는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에 이 같은 이슈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스포티파이는 2015년 애플이 자체 스트리밍 음악 서비스인 ‘애플뮤직’을 발표하자 앱스토어의 수수료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력히 비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들은 고객이 이용료를 결제할 경우 30%의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애플은 자기 서비스에 수수료를 내지 않는 형태이기에 불공정한 경쟁이 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리고 에픽게임즈가 주장한 것처럼 수수료는 개발업체의 수익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만일 스포티파이가 수수료를 감안해 이용료를 올리게 된다면 애플뮤직과의 경쟁에서 더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포티파이의 불만을 전한 언론기사 사례
(출처: 애플인사이더, 2015)
스포티파이와 애플은 이 문제에 대해 서로 설전을 벌였으며, 결국 스포티파이도 웹을 통한 결제로 유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애플도 구독형(subscription) 상품의 경우 최초 가입 1년이 지난 후부터는 결제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게 됩니다.
구글과 애플, 반란의 진압에 성공할 것인가
에픽게임즈와 넷플릭스의 반란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양 사의 공통점은 엄청난 매출을 가져오는 구글과 애플로서도 놓쳐서는 안되는 업체라는 점입니다. 일단 선두에 선 업체들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구글과 애플의 대응 방안에 따라 반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물론, 중소개발사들은 여전히 앱스토어를 통한 마케팅이 큰 의미를 지니기에 쉽게 독립 선언을 할 수 없습니다. 중소개발사들에게는 구글과 애플이 선정하는 추천앱에 오르는 것만으로 엄청난 매출을 일으킬 수 있기에 그냥 종속되어 있는 것이 더 편하지요.
암튼, 에픽게임즈와 넷플릭스의 반란은 그만큼 구글과 애플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바일앱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고, 애플과 구글에게는 상당한 매출원이기에 쉽게 물러설 수 없습니다.
특히 AppStore를 통해서만 앱 설치가 가능한 아이폰의 경우 애플이 약관을 어겼다는 등 여러 이유를 들면서 (최악의 경우) 넷플릭스 앱 등록을 취소하거나 업데이트 시 심사를 일부러 늦추는 등의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넷플릭스로서도 상당한 손해가 발행할 수 밖에 없으며, 결국 넷플릭스가 백기를 들 수 있습니다.
구글은 플레이스토어를 통하지 않을 경우 보안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응에 나설 것입니다. 실제로 플레이스토어에서 포트나이트를 가장한 악성앱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구글은 플레이 스토어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경고문을 노출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 역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데, 만일 수수료 문제에 대해 다른 개발사들의 참여가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면 결국 30%(구독 서비스의 경우 15%)의 수수료율을 조정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물론, 구글&애플과 개발사들이 서로 만족할 만한 수수료율을 주장하면서 협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바로 구글과 애플이 일부 업체들에게만 암암리에 수수료율을 낮추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애플이 노출되는 수수료 정책은 그대로 두고 넷플릭스에게만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서로 win-win할 수 있지요. 다만, 이 경우 서로 비밀리에 정한 수수료율은 말 그대로 비밀이 되어야 합니다. 이게 퍼진다면 다른 개발사들의 엄청난 항의에 직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앱스토어가 등장하고 평화로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앱 개발사들의 반란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누가 이길지, 그리고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불확실합니다. 이제부터 천천히 결과가 나오겠지요. 그리고 그 과정은 상당히 흥미로울 것으로 보입니다. 싸움구경은 원래 재미있는 법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