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이 바꿔놓을 미래 의료 직업
위기의 직업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의료 직업군
일명 ‘사’자 직업 중 하나로 손꼽히던 의사.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직업이면서도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받아왔습니다. 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 약사, 간호사와 같은 직업들도 생명을 다루기에 중요한 직업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직업군도 AI, 빅데이터를 비롯한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직업군의 개편에서 자유로울 수 없나 봅니다. 세계의 유명 석학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는 2016년 1월 4차 산업혁명이 촉발하는 변화로 인해 세계경제포럼에서도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직업군에 있어서의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자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조사를 진행한 바 있는데요. 한국고용정보원이 실시한 「인공지능·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 조사」에서 2025년경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큰 직업을 분석한 결과, 보건·의료 분야의 약사, 한약사, 간호사 등이 대체 위험이 높은 직업군으로 손꼽혔답니다.
2025년 인공지능, 로봇의 일자리 대체율(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조선일보 재인용)
IT 기술의 고도화가 리딩하는 의료 직업군의 변화
IT기술이 도입으로 인해 의료환경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의료 산업계의 변화가 없다면 세계경제포럼과 한국고용정보원의 예측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의료 직업군에게 IT기술에 익숙해지기 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도 IT기술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래 의료 직업의 변화상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료 직업의 카테고리화(정의 및 구분 등)가 필요할 것으로 확신하는데요. 카테고리화 하는 방법으로 1) 의료 활동에서 근간이 되는 활동과 2) 의료활동의 주체를 두 가지 축으로 구분하여 보고자 합니다. 의료 활동은 ‘질병의 발견(sensing)’과 ‘질병의 치료(curing)’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의료 활동의 주체는 인간과 기계(일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치료활동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탑재된 로봇을 통칭)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 축으로 구성한 제4사분면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의료 직업을 카테고리화한 제4사분면(출처: 미래 직업의 이동(의료편))
위의 사분면 그림에 따르면 ①번 영역은 인간이 질병의 발견, 판단, 진료를 도맡는 영역입니다. ②번 영역은 질병의 발견과 판단은 기계가, 진료는 인간이 맡는 영역입니다. ③번 영역은 발견과 판단은 인간이나 기계가 맡고 진료는 기계가 진행하는 영역이죠.
①번 영역은 과거의 의료 직업군이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아이를 낳고자 할 경우에 마을의 산파가 임산부의 출산을 도왔듯이 노하우 기반의 의료 서비스가 있었고, 서양의료 기술이 도입된 이후로는 의학 지식과 세분화된 도구를 통해 진료와 치료를 해내었습니다.
②번 영역은 현재의 의료 직업군이 해당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선진화된 IT기술이 인간의 진료를 보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IBM에 따르면 미국 엠디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에서 IBM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왓슨(Watson)은 암진단 정확도 개선에 이용되고 있으며, 정확도가 96%에 달해 전문의보다 정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데요. 이 사례가 ②번 영역의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향후에는 IT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발전된 기술이 여러 의료 직업군에서 사용됨에 따라 기계의 판단 영역이 사용되는 비율과 빈도가 많아지고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③번 영역은 조금은 먼 미래에 구현될 수 있는 의료 직업군이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주로 SF 영화나 상상 속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죠. 그러나 기계가 질병의 발견, 판단, 치료의 영역을 총체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꿈은 ②번 영역에서 판단의 보완재로 활용되던 IT 기술이 수년 혹은 수십년간 사용되며 검증된 이후 진료와 판단영역의 대체제로 자연스럽게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의 변화 = 삶의 변화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직업의 변화는 의료 직업군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어느 직업군에 속해 있는지 혹은 어느 직업군으로 가고 싶은지에 따른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한 산업군에 국한된 위기가 아닌 전 산업군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 딥임팩트(deep impact)이기 때문이죠.
정부 또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17년 2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10년후 대한민국, 미래 일자리의 길을 찾다」를 제작하고 공개한 바 있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현재의 직업군들은 4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는데요. 1) 기존 직업의 고부가가치화, 2) 직업의 세분화 및 전문화, 3) 융합형 직업의 증가, 4) 과학기술 기반의 새로운 직업 탄생이 바로 그것입니다.
정부가 예상한 기술의 발달로 인한 미래 직업의 모습(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앞서 의료 직업군의 ③번 영역에 해당하는 미래 모습이 등장함에 따라 인간의 직업은 위 4가지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직업의 변화는 삶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 분명한데요. 그렇기에 IT 기술의 변화에 의해 변화될 직업의 변화와 함께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커넥팅랩 민준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