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 SSD가 있다면, 모바일엔 UFS가 있다.
Device Hardware Study – 1 : UFS란?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에 SSD(Solid State Drive)를 달면 부팅속도가 빨라진다는 말을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SSD가 뭐야?”, “너무 비싼데? 이거 꼭 달아야 돼?” 라는 반응들이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SSD는 대부분의 브랜드 컴퓨터의 기본 사양이고, 이동성을 요구하는 노트북에서는 필수 사양입니다. 강력한 성능을 무기로 SSD는 대용량의 HDD(Hard Disk Drive)를 빠른 속도로 대체해서, 이제는 SSD가 기본, HDD가 옵션이 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변화가 모바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변화가 시작되고 있을까요?
– eMMC, 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하다.
모바일 저장장치는 컴퓨터와 달리 이동성이 필수 요소여서 자기테이프 기반의 하드디스크가 아닌, eMMC라는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에서 시작하여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eMMC란 Embedded Multi Media Card의 약자로 MMC의 내장형 Storage 규격을 말합니다. MMC는 처음에는 외장 Card 형태로 널리 쓰였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나타난 SD Card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컨트롤러가 결합된 내장형(embedded) 형태로 부활해 모바일 저장장치의 주류 부품으로 다시 자리잡게 됩니다.
<스마트폰의 많은 부품들은 각자의 AP(Application Processor)와의 통신규격을 갖고 있는데, 이 중 가장 병목이 심한 부분이 바로 저장장치와 AP간의 데이터 교환입니다. 저장장치는 그만큼 모바일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주요한 부품 중 하나입니다.>
– eMMC에서 UFS로
하지만, 모바일 생태계가 날로 발전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용량 및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면서 그동안 사용하던 eMMC나 SD Card로는 성능 향상이 한계에 달하기 시작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UFS(Universal Flash Storage)라는 새로운 규격입니다. UFS 표준은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 (JEDEC, Joint Electron Device Engineering Council)에서 eUFS3.0(내장형), UFS Card1.1(외장형) 버전이 최근, 올해(2018년) 1월에 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시중의 최신 모바일 기기에는 eUFS2.1 버전이 안드로이드 기반 주력 모델 위주로 탑재되어 시판되고 있습니다.
– UFS 무엇이 다른가?
그럼 UFS가 기존에 사용되던 eMMC에 비해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먼저, DATA 전송 방식이 병렬에서 직렬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UFS는 LVDS(Low-Voltage Differential Signaling)라는 직렬 인터페이스를 통해 읽기/쓰기를 동시에 송수신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반면에 eMMC는 읽기 또는 쓰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기존의 병렬 방식을 이용하죠. 그래서 직렬임에도 불구하고 DATA 교환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이런 인터페이스 혁신 덕분에 eUFS 2.0은 모바일에 탑재되면서도 SATA 3.0 기반의 PC용 SSD보다도 빠르다고 합니다. 모바일 저장장치가 PC보다 성능이 좋을 수도 있다니 놀라운 일 아닌가요?
사실, 과거에 SSD가 HDD 대비 성능면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던 계기 중에도 인터페이스의 혁신이 있었습니다. PATA(Parallel ATA)에서 SATA(Serial ATA)로 전송 방식이 바뀌면서 인터페이스 단의 DATA 병목현상이 해결되고 나니, SSD가 반도체 고유의 특성을 바탕으로 진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리고, SSD에서 쓰이던 커맨드 큐(Command Queue)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커맨드 큐는 SSD의 성능 향상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AHCI 인터페이스 (SATA)에서 NWMe 인터페이스 (PCIe)로 진화하면서 제공된 향상된 큐 시스템은 인터페이스단의 오버헤드를 줄이고, 성능 향상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모바일용 저장장치에도 커맨드 큐 기술이 도입되면서 읽기보다 쓰기 속도가 느린 플래시 메모리의 고유한 특성을 보완하고 사용자 작업의 병목을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eMMC도 5.1 버전에 커맨드 큐를 도입하였지만, UFS는 읽기/쓰기를 동시에 수행하면서도 더 많은 명령어들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어 작업 순서를 효율화 하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자면 저장장치 입장에선 쓰기 동작인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는 작업을 하면서도, 읽기 동작인 음악을 끊김 없이 듣거나 갤러리의 이미지들을 열어보는 게 커멘드 큐 덕분에 더 수월해졌습니다.
요약하면, SSD의 빠른 성능을 가져온 기술들을 모바일용 저장장치에도 도입해서 저전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술 표준이 UFS인 셈입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UFS는?
다가오는 5G 시대에는 더 빨라진 통신 속도에 맞추어 각 단말기들도 그에 걸맞는 하드웨어 성능을 갖춰야합니다. JEDEC은 이번에 미래에 필요한 eUFS3.0 표준을 제정하면서 DATA 전송속도를 5G 수준인 최대 23.2Gbps로 기존 대비 2배 수준까지 가능하도록 했고,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자동차용 지원도 가능하도록 온도 특성 보장 범위를 -40~105도로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플래시 메모리 자체의 기술 혁신까지 더해진다면 향후에는 VR, AR 등의 고해상도 영상을 다루는 범위까지도 가능하게 될 전망입니다.
더 많은 DATA를 모바일 뿐 아니라 더 많은 기기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 기술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5G가 네트워크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이라면 UFS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성능을 개선하는 중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